지렁이 아빠

동시 2020. 5. 27. 09:18

지렁이 아빠

 

 

날씨 좋은 날

지렁이가 길로 나왔어요.

 

개미 몇 마리 물어뜯을 때마다

옴찔거리는 지렁이

 

손으로 집기는 징그럽고

묵은 갈대를 꺾어 젓가락질 합니다.

 

몸부림치는 지렁이를

풀숲 땅에 묻어주고는

해님처럼 환하게 웃어줍니다.

 

오늘 태균이는

지렁이 아빠

 

 

2020. 5. 27

한밭아동문학2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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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아침

동시 2020. 5. 23. 10:20

사월 아침

 

 

명자 꽃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절뚝거리며

한사코 도망가는 비둘기와

 

붕대를 들고

쫓아가는 소녀 하나

 

비둘기는 알 리가 없지요.

걱정스러운 소녀의 마음을

 

쫓기다 쫓기다

포르르 날아가는 비둘기 뒤로

 

소녀 울음만

명자 꽃처럼 빨갛게 익었습니다.

 

 

2020. 5. 23

한밭아동문학21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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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하나

동시 2019. 3. 19. 12:03

사탕 하나

 

 

꼭 쥔 주먹 안에

반쯤 녹은 사탕 하나

 

아가는 잠자면서도

방긋 웃고 있다.

 

빨다가 너무 맛있어

엄마 주려고

 

꼭 쥐고 놓지 않는

쪼글쪼글한 알사탕 하나

 

 

2019.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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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

동시 2019. 1. 24. 21:02

장날

 

 

엄마가 왔나보다.

사립문이 덜컹거린다.

펄쩍 뛰어 나가보면

지나가는 바람

 

사탕 한 봉진 사오시겠지.

살구나무 위 까치는

어림없다고 깍깍깍

 

미루나무처럼 목이 길어져 바라보는

산모롱이 길 

해가 이슥하도록

아지랑이만 아롱아롱

 

 

2019.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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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선물

동시 2016. 12. 24. 08:38

할아버지 선물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상장모음집

파란 파일에 하얀 글씨로

상장모음집’ ‘엄태균

선명하게 쓰여 있어요.

2학년 까지 받은 상장은

달랑 세 개

상장을 넣으며 내 꿈도 함께 심었어요.

6학년이 가기 전

50장짜리 상장모음집을 가득 채워야지.

비싼 게임기 선물보다

파란 꿈을 키우는 상장모음집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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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동시 2016. 9. 23. 21:53

내 마음



아빠가 꾸중을 하면

내 마음엔 삐쭉 삐쭉

가시가 돋네.


엄마가 칭찬해주면

내마음엔 팔랑팔랑

날개가 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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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동시 2015. 8. 25. 23:36

달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어머니께서 안방에서 베짜는 소리

나는 마당에 누워 밤하늘 별을 세고

동생들은 소록소록 잠자는 달밤


귀뚤  귀뚤  귀뚤  귀뚤

귀뚜라미 풀숲에서 울어대는 밤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던

아기 토끼들은 떡 먹으러 가는 밤


초등학교 5학년 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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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더 놀랐겠네

동시 2015. 8. 25. 23:26

뱀이 더 놀랐겠네

 

 

보문산에 오르다

할머니 깜짝 놀라

태균아!

뱀뱀뱀뱀

 

정신없이 달아나는

뱀을 보며

할머니!

뱀이 더 놀랐겠네.

 

 

2015. 8. 25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