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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빈집
淸羅 嚴基昌
지난 가을 사립문 닫힌 뒤에
다시는 열리지 않는
산 밑 기와집
겨우내
목말랐던
한 모금 햇살에
살구꽃만 저 혼자 자지러졌다.
노인 하나 산으로 가면
집 하나 비고
집 하나 빌 때마다
논밭이 묵고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골목마다
농성하듯 손들고 일어서는
무성한 풀들
저 넓은 논밭은 이제 누가 가꾸나.
다시는 열리지 않는
산 밑 기와집
겨우내
목말랐던
한 모금 햇살에
살구꽃만 저 혼자 자지러졌다.
노인 하나 산으로 가면
집 하나 비고
집 하나 빌 때마다
논밭이 묵고
아이들 웃음소리
사라진 골목마다
농성하듯 손들고 일어서는
무성한 풀들
저 넓은 논밭은 이제 누가 가꾸나.
글
王竹으로 사소서 <訟詩>
淸羅 嚴基昌
당신 곁에 서 있으면
왕대나무 잎새에서 일어서는
청아한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 곁에 서 있으면
대쪽같이 곧아서 서슬 푸른
티 하나 없이 맑은 마음 한 자락이 보였습니다.
흔들리던 역사의
골짜기에서도
굳게 뿌리를 내리시고
죽순처럼, 제자들
대숲 청청한 목소리로 길러내셔서
삼천리 방방곡곡
竹香 그윽한 세상 만드셨습니다
온 세상이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나라를 만드셨습니다.
굽힘없이 걸어오신 그 길 위에
가을빛 노을
곱게 물들었습니다.
인연의 줄을 접으며
돌아서는 당신에게
비오니
억만 세월 굽힘 없이 하늘 받쳐 들고
꺾어도 꺾이지 않는
王竹으로 사소서
왕대나무 잎새에서 일어서는
청아한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 곁에 서 있으면
대쪽같이 곧아서 서슬 푸른
티 하나 없이 맑은 마음 한 자락이 보였습니다.
흔들리던 역사의
골짜기에서도
굳게 뿌리를 내리시고
죽순처럼, 제자들
대숲 청청한 목소리로 길러내셔서
삼천리 방방곡곡
竹香 그윽한 세상 만드셨습니다
온 세상이 무너져도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나라를 만드셨습니다.
굽힘없이 걸어오신 그 길 위에
가을빛 노을
곱게 물들었습니다.
인연의 줄을 접으며
돌아서는 당신에게
비오니
억만 세월 굽힘 없이 하늘 받쳐 들고
꺾어도 꺾이지 않는
王竹으로 사소서
전성국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을 축하하며
글
후리
淸羅 嚴基昌
한 개의 줄 끝에 걸리는 바다
거대한 뚝심
어잇차. 어잇차.
가는 실을 타고 들어와
내 허망한 마음 받쳐 주는
그대 사랑의 똑딱선 소리.
그물을 던질 때에
빛나며 가라앉는 우리들의 꿈
눈시리게 투명한 바다의 속살
어둠처럼 막막한 바람기를 옭으면
어잇차, 어잇차,
먼 수평 푸른 달빛 아래
바다의 꼬리에서 이는 하이얀 풍랑.
사람들의 마음마다 풍랑이 울면
한 끝씩 접혀가는 바다의 투지
힘주어 딛고 있는 힘줄이 끊어지며
달빛 아래 퍼덕이는 절망의 바다.
어잇차, 어잇차,
지난 겨울 춤추던 폭풍의 칼날이 눕고
몇 사내가 버리고 간 유언이 빛나고
끌려온 바다는
우리들의 발밑에 헐떡이고 있다.
거대한 뚝심
어잇차. 어잇차.
가는 실을 타고 들어와
내 허망한 마음 받쳐 주는
그대 사랑의 똑딱선 소리.
그물을 던질 때에
빛나며 가라앉는 우리들의 꿈
눈시리게 투명한 바다의 속살
어둠처럼 막막한 바람기를 옭으면
어잇차, 어잇차,
먼 수평 푸른 달빛 아래
바다의 꼬리에서 이는 하이얀 풍랑.
사람들의 마음마다 풍랑이 울면
한 끝씩 접혀가는 바다의 투지
힘주어 딛고 있는 힘줄이 끊어지며
달빛 아래 퍼덕이는 절망의 바다.
어잇차, 어잇차,
지난 겨울 춤추던 폭풍의 칼날이 눕고
몇 사내가 버리고 간 유언이 빛나고
끌려온 바다는
우리들의 발밑에 헐떡이고 있다.
*후리 : 강이나 바다에 넓게 둘러친 후에 그물 양쪽에서 여러 사람이 끌줄을 잡아당겨 물고기를 잡는 큰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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