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마시다

시/제7시집 2024. 9. 27. 10:15

산을 마시다

 

 

아침 인사를 하려고

창밖을 보니

산은 가을 안개에 안겨있다

 

붙어산다고 꼭 정다운 것은 아니다

멀리서 손에 잡힐 듯 타오르는 초록을

한 모금 마신다

 

 

래미안아파트 17

사람 사이에 묻혀 있어도 산과 한몸이 되면

마음속에서 샘물이 솟는다

 

외로운 사람에겐 꾀꼬리소리를 보내주고

고달픈 사람에겐

고촉사 목탁소리를 보내 달래주고

 

세상의 바람소리 잠재운 내 가슴의

둥지에

이름 모를 새는 알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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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시조/제3시조집 2024. 9. 20. 18:07

주홍글씨

 

 

내 삶의 지류에서 침몰하는 꽃잎인가

소쩍새 울음 끝에 향기처럼 묻어와서

가슴을 뒤집어놓고 불꽃 접는 휴화산

 

이 빠진 징검다리 일렁이던 인연의 줄

한 번 업은 후에 평생을 못 내려놓아

이름을 가슴에 새겨 질긴 형벌 되었다

 

물소리 풀 향기에도 울렁대는 돌개바람

흰 구름 가는 곳에 노을인 듯 익어있을까

청자에 상감으로 박혀 지울 수 없는 낙인

 

 

posted by 청라

소쩍새 우는 사연

시조/제3시조집 2024. 9. 13. 20:23

소쩍새 우는 사연

 

 

달빛이 비운 산을 노래로 채우는 새

소쩍쿵 소쩍소쩍 온밤 내내 들끓다가

정념이 흘러넘쳐서 초록이 더욱 깊다

 

슬픔도 길들이면 기쁨으로 피는 것을

오뉴월 소쩍새처럼 흥타령 살다 가세

온 세상 아픈 일들도 큰 박수로 닦아내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