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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랑싸움
사랑싸움에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이 진다.
아내와의 싸움엔
내가 늘 진다.
싸움도 꽃이라면
우리 화원엔
지는 꽃 빛깔이 더 찬란하다.
2014. 5. 20
글
심청이 연꽃으로 피어오르듯
심청이 인당수에서
꽃으로 지듯
세월호에 갇힌 넋들 꽃비 오듯 지던 날은
심 봉사 온몸으로 울던
몸부림처럼
바다도 하루 종일 웅얼거렸다.
소금보다 짠 사람들의 눈물을 모아
자다가 소스라쳐 울부짖는
애비 에미의 아픔을 모아
용왕님께 빈다면
심청이
연꽃으로 피어오르듯
한 송이씩 해말간 얼굴들
“엄마” 부르며 피어나서
진도 옆 온 바다가
온통 연꽃으로 물들어 출렁였으면 좋겠네.
오늘 아침 대한 사람들 모두
심 봉사 눈 번쩍 뜨고
손뼉 치며 일어나듯
“와!!!!!!!”
하는 함성으로 강산이 무너졌으면 좋겠네.
2014. 4. 18
글
세월 속에서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세월 가는 걸
잊다가
내 신발 신발장 밖으로
밀려나는 줄도 몰랐네.
2014. 4. 17
글
민들레 편지
오늘 밤 띄워 보내는
홀씨 한 올엔
전화로 드릴 수 없는
내 사랑 진액만 담았습니다.
달빛 파도 타고
날고 날아서
두견새 각혈처럼
그대 창문 두드릴까요?
밤새 뒤척이는
그대의 꿈밭 머리에
어둠 깎아 빛을 세우는
까치 소리 한 소절 싹틔우고 싶어
지난겨울 눈보라에
씻고 씻어서
남모르는 담 밑에서
몰래 키운 마음 한 포기
뿌리 떼고 줄기 떼고
향기마저 걸러내고
꽃 중에도 가장 간절한
심장만 보냈습니다.
2014. 3. 26
글
천 년의 미소微笑
불이문不二門 들어서니
사바는 꿈 밖에 멀고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磨崖佛
햇살 같은 미소,
암심巖心으로 질긴 뿌리를 내려
천 년을 깎아내도 웃음은 못 지우고
어깨 팔 떨어진 조각만
세월 흔적 그렸다.
그 웃음 퍼내다가
마음에 새겨 두고
잘 적 깰 적 떠올리며 웃는 연습을 한다.
오늘도 아픔이 넘쳐나는 거리에
천 년을 지워지지 않는 마애불磨崖佛, 그 미소를
등불처럼 환하게 걸어놓고 싶다.
2014. 2. 26
글
누님의 수틀
누님이 두고 간 빈 수틀을
다락방 구석에서
오십 년 지나 찾아냈는데
누님이 수놓았던 꿈밭 머리에
내 꿈도 얼룩처럼 피어있었다.
봄나물 향기 캐던 골짜기에는
첫사랑의 산수유꽃 벌고 있었고,
모깃불 향기 안개처럼 흐르던 밤
지천으로 반짝이던 개구리 울음은
별이 되려 반딧불로 솟아올랐다.
누님이 수놓았던 십자수 속에
회재 고개 너머로만 한없이 뻗어가던
그리움의 바람도 불고 있었고,
끼니를 걱정하던 어머니의 눈망울과
몇 방울의 내 눈물 쑥대풀로 키워주던
구성진 소쩍새 울음 깨어나고 있었다.
누님이 두고 간 빈 수틀엔
비어서 더 가득한 내 어린날이
색실보다 더 고운 내 이야기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며 살아나고 있었다.
2014. 1. 24
글
첫사랑
첫사랑은 늘
누런 코 훌쩍이던 일곱 살
코찔찔이 시절에 온다.
삘기를 뽑아도
찔레를 꺾어도
엄마 얼굴보다 먼저 아른거리던
마을 누나의 얼굴은
매운 세월의 바람 속에
덧없이 시들었다가
인생이 저무는 예순 살 무렵
어느 깊은 산사에서 목탁을 두드리는
슬픈 전설을 만나면
아픈 옹이처럼 심박혀
움츠러들었던 그 어린 날 진달래꽃은
불길처럼 피어나
온 산을 물들이라 한다.
모든 것을 빨아먹는
늪인 줄 알면서도
온몸을 던져서 투신하라 한다.
2014. 1. 30
<대전문학> 2014년 봄호(63호)
글
어느 가을 날
회초리를 놓고서
국화꽃을 들고 간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하늘빛을 닮은 가을날에
교실 구석엔
아직도 오지 못한 한 아이의 자리
어둠에 묻혀 있고
일찍 들어선 겨울이
군데군데 눈처럼 쌓여
그림자를 만드는데
땡감 맛 논설문을 배울
교과서는 덮어놓자.
꽃물 번져가는 교정의 나무들 꿈꾸는
무지개 빛깔 시 한 수 읊어보자.
국화 향 은은한
시로 닦아낼 수 있는 그늘이
아주 작더라도
한 발짝 먼저 나가지 않으면
어떠리.
아이들 마음이 풍선으로 떠올라서
하늘에 닿을 수 있으면 그만이지…….
2013. 11. 10
글
바다
바다가 어디
깊은 산골 맑은 물만 받아
저리 맑은가?
끊임없이 黃河를 가슴에 품고서도
씻고 또 씻어
바다는 금방 하늘을 닮는다.
2013. 10. 23
글
序詩
황토 물에 떠내려가는
母國語를
한 조리 일어
내 시를 빚었다.
거친 모래밭에 피어난
풀꽃 송이들아
반딧불로
불씨를 살려
사람들의 가슴마다
진한 香氣의 모닥불을 피워 주거라.
2013.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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