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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향
淸羅
嚴基昌
나무들마다 걸치고 있던
옷을 벗으면
더욱 앙상한 마을,
날선 하늘을 이고 있는
홍시감 하나
위태롭게 고향을 지키고 있다.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많은
버스가 섰다가 동구 밖 돌아가면
풀벌레들은 높은음자리표로
높은음자리표로 울어
빈 골목을 채우고,
저녁 연기 시들은 함석 지붕마다
봉숭아 꽃물처럼 황혼이 번지고 있는
아이들아!
불러도 대답없는
고향은 지금 비어 있다.
옷을 벗으면
더욱 앙상한 마을,
날선 하늘을 이고 있는
홍시감 하나
위태롭게 고향을 지키고 있다.
내리는 사람보다
타는 사람이 많은
버스가 섰다가 동구 밖 돌아가면
풀벌레들은 높은음자리표로
높은음자리표로 울어
빈 골목을 채우고,
저녁 연기 시들은 함석 지붕마다
봉숭아 꽃물처럼 황혼이 번지고 있는
아이들아!
불러도 대답없는
고향은 지금 비어 있다.
글
고향
淸羅
嚴基昌
우거진 쑥대풀 사이
봉숭아 환하게 피어 있어도
빈 집은 빈 집이데.
잿간 어귀에
날부러진 괭이 삽 걸려 있어도
빈집은 빈 집이데.
섬돌 위에는
찢어진 고무신 누워 있어도
빈 집은 빈 집이데.
아이가 버리고 간 인형이 하나
인형의 눈 속에
달빛에 가득 들여 놓아도
빈 집은 빈 집이데......
봉숭아 환하게 피어 있어도
빈 집은 빈 집이데.
잿간 어귀에
날부러진 괭이 삽 걸려 있어도
빈집은 빈 집이데.
섬돌 위에는
찢어진 고무신 누워 있어도
빈 집은 빈 집이데.
아이가 버리고 간 인형이 하나
인형의 눈 속에
달빛에 가득 들여 놓아도
빈 집은 빈 집이데......
글
고향
淸羅
嚴基昌
아이들 웃음소리 떠나간
빈 골목에
노랑나비는 하루종일 심심하다.
검은 머리카락에 앉아
리본이 되어 줄 소녀도 없고
시멘트 담벼락에
신문 조각처럼 펄럭이다
물빛 하늘로 목을 축인다.
자운영골엔 봄이 왔어도
자운영꽃이 피지 않고
꽃가루 한 모금 묻히지 못한
더듬이 끝에
트랙터 소리만 묻어 나고 있다.
빈 골목에
노랑나비는 하루종일 심심하다.
검은 머리카락에 앉아
리본이 되어 줄 소녀도 없고
시멘트 담벼락에
신문 조각처럼 펄럭이다
물빛 하늘로 목을 축인다.
자운영골엔 봄이 왔어도
자운영꽃이 피지 않고
꽃가루 한 모금 묻히지 못한
더듬이 끝에
트랙터 소리만 묻어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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