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화백 화실 풍경


K 화백 화실 풍경

淸羅 嚴基昌
K 화백 화실 문을 연다.
스물세마리 십자매가
일제히 울고
그 밑으로 한 잔의 수돗물,
화백의 귀는
반쯤 먹다 남은 배추 잎사귀
사철나무 뒤로 저무는 어둠을 풀어
몸 속을 치고 지나가는
천둥 소릴 꾸며 놓는다.
아련한 산 그림자가
쉽게 서지 않는 도화지 위엔
떠오를 듯 떠오를 듯
가라앉는
곡선이 하나
아삼한 봄 하늘의 살 밑으로 배어 들고....
한 잔의 수돗물
계곡으로 돌 돌
연두빛 생명 굴리는 십자매 울음
그 울음 소리로도
일어서지 않는
산……
posted by 청라

아침 바다


아침 바다

淸羅 嚴基昌
하얀 돛단배가
아침의 건반을 두드리며 지나간다.
파도에 몸을 던지고
잊었던 리듬을 생각하는 갈매기.
쾌적한 바람이 햇살 층층을 탄주한다.
미역 숲에서 멸치 떼들이
오선의 층계를 올라간다.
갈매기 노란 부리가
번득이는 가락을 줍고 있다.

밤내 뒤척이던
허전한 어둠의 꿈밭
소라껍질이 휘파람 불며
모래알 손뼉을 쳐 뿌리고 있다.
얼비친 하늘의 푸른 물살을 타는
갈매기 눈알에
잊었던 리듬이 내려앉는다.
하늘 속의 빛이랑이 내려앉는다.
posted by 청라

낚시터에서


낚시터에서


淸羅 嚴基昌
江心에 줄을 던지고 호흡을 멈춘다.
원래 거기 있었던 듯
하늘과 산과 강물로 숨쉬는
하나의 바위가 되기 위해서

출렁거리며 흘러가는 세월에
발구르지 않고
강바람에 눈 귀 닦으며
파란 물소리에 마음을 빨면

빈 바구니에
달빛만 가득 채워도
세상을 늘 사랑할 수 있다.

흔들리지 않아 평화로운 찌 위엔
구름 한 송이 피어 있고
욕심 없이 뻗어간 줄 끝에
걸려 있는 산
걸려 있는 하늘……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