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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눈 오는 밤에
한 사흘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평생 쌓아올린 이름도 벗어놓고
예닐곱 살 어린 날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눈 속에 고구마를 몰래 묻어놓으면
길어도 헛헛하지 않던 겨울밤
화롯가에 모여앉아
할머니 옛 얘기에 눈을 반짝이며 가슴 졸이던
추억의 도화지에
평생을 그리운 그림으로 남아있는 것들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밤새도록 꿈 밭에서 서성이고
형이 뒤척이면 이불 밖에서 내 다리가 얼던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들 모두 막아놓고
예닐곱 살 그 날에 갇혀봤으면 좋겠다
글
마곡사에서
부처님 저 미소를 한 동이 길어다가
한여름 목물하듯 여의도에 뿌려주면
금강경 소리 따라와 욕심의 때 씻어낼까
글
일편단심
겨울만 무성한 뜰에
한 줄기
봄빛인가
굽었던
허리 펴고
소리 한 번 내지르니
홍매화
꽃가지마다
영글어 핀
일편단심
글
들녘에 나와 보니
들녘에 나와 보니
가을 벌써 저물었다
먼지구름 덮인 나라
힘없음을 한탄하니
된서리 내린 머리에
눈 그림자 어린다
글
가을 독수리
한화이글스 우승을기원하며
창공에 독수리가 날아올라야
가을이다
양 발톱에 호랑이 사자를 움켜지고
창날 같은 부리로
곰을 쪼아 물고
하늘 가장 높은 꼿
날고 있어야 가을이다
봄날의 비바람과 여름날의 천둥도
독수리 비상을 위한
하늘의 안배
세상 가장 높은 곳까지 날아올라라
가을 독수리는 목소리에도 힘이 올라서
한 번 호령하면
산천이 떨고
추풍낙엽으로 떨어져야 가을이다
글
약속
너라도 있어야 솜털만큼
꿈 꿀 수 있을게 아니냐
피는 꽃 뜨는 달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있을게 아니냐
곧바로
암흑으로 떨어져
숨을 멈추는 일이 없을게 아니냐
글
남은 것은 아프다
찔레꽃 피는 길로
어머니 떠나던 날
뻐꾸기 하루 종일
눈물로 우짖었지
목숨의
피고 짐 사이
남은 것은 아프다
글
공명共鳴
지우다 만 연지처럼
젊음이 다 못 바랜 단풍잎 위에
엄중한 선고인가 눈이 내린다
아내여
이룬 것 다 버리고
다섯 살로 돌아갔지만
당신의 웃음이 너무 맑아서
가슴으로 울린다네
웃음 속에 숨어있는 진한 통곡이
글
곡선미
어머니 버선볼에
일어선 선 하나가
기와집 처마 따라 나비처럼 너울대다
하늘에
높이 떠올라
반달 되어 걸렸다
달항아리 어깨선에
핏속으로 울려오는
조상님들 그 말씀이 옹이모양 박혀있다
자연과
한몸 되어라
혼자 튀지 말아라
글
상강 무렵
하늘에 걸린 달은
세상을 비워내고
호수에 어린 달은
내 마음을 씻어낸다
첫 서리
때를 맞추어
세상 걱정 접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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