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870건
글
글
돌탑
매미 울음 한 소절을
돌에 심어 쌓아놓고
매미처럼 진한 염원
노래로 녹여내어
온여름 산을 울리는
돌탑으로 솟았다.
글
아버지의 길
때로는 길이 아니라도
가야할 때가 있다.
아이들의 앞길을 닦아주기 위해서는
맨발로 고개를
넘어야 할 때가 있다.
한 잔 술로
고뇌의 구름 지우고
얼굴엔 늘 밝은 햇살을 거느려야 한다.
아무리 걱정을 해도
마음이 다다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믐의 어둠처럼
세상이 막막할 때가 있다.
아이들의 종아리에 새겨지는
눈금만큼
가슴 속에 회초리 자국 피멍으로 새겨 넣고
때로는 울고 싶어도
돌아서서
눈물을 말려야할 때가 있다.
2008. 6. 30
fatherThe way of somebody
Sometimes it doesn't require long.
There is time to go.
The road ahead of the children in order to wipe.
Barefoot in the head
There are times when to be over.
With a glass of wine.
And a torment of cloud
Should be always with bright sunshine on her face.
No matter how worried.
I have is when you come.
Like the darkness of the end of the month.
It's time to grow weary world.
Embedded in their calves.
As well as scale
Engrave and black cane marks in the hearts.
Sometimes, even if they want to cry.
Turned
Have time to dry the tears.
2008. 6. 30
[출처] 아버지의 길 (청라 엄기창)|작성자 포차쥔장
글
엉겅퀴 꽃의 노래
내가 어쩌다
화단 구석에 뿌리를 틀고 앉으면
사람들은 나를 뽑아내려 한다.
자주색 미소
꽃잎에 아롱아롱 피워 올려도
울음보다 못한 내 웃음을 뽑아
풀 더미 속에 던져 넣는다.
나는 못난이 꽃
화단 전체를 빛나게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나는
내 주위의 모든 꽃들을 빛나게 한다.
땅바닥으로만 기어 다니는
채송화 꽃 가난한 속삭임을 돋보이게 하고
시들어 가는 봉숭아 꽃 몇 송이도
등불처럼
찬란하게
한다.
나는 어둠이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끝없이 가라앉아
해저처럼 깊은 가슴에서 불꽃을 피워 올리는
어둠이다.
내 작은 한숨의 줄기를 밟고 일어서는
빛부신 아침을 보며
분노의 가시 창날처럼 세워 편견 넘실대는
세상을 찔러봐도
분수처럼 솟아나는 건 내 안의 피
내일은 미라가 되어
햇볕 아래 말라갈 지라도
꽃잎을 세운다.
자주빛 작은 소망을 세운다.
2008. 6. 27
글
九峰山 단풍
한숨 턱에 닿아
요 봉우리만 올라가야지
생각했다가도
하늘 물살에 머리 젖을 만큼
올라가면
더 아름다운 산봉이 눈에 밟힌다.
岩峰을 불태우려고, 가을은
구봉산에 와서 폭죽을 터뜨렸다.
산불 놓아 산기슭을 달려 오르다
바위틈마다 기대어 서서
단풍으로 익었다.
아! 붉은 치맛자락 포기마다
펼쳐진
자연의 붓질,
뜨거운 몸을 식혀주려고
구봉산 휘돌아 흐르는 갑천도
넋 잃고 있다.
투신하는 산 그림자
차곡차곡
가슴에 품어 안고 있다.
글
보문산 녹음
진녹색 함성이다.
그 함성에 몸을 담그면
나도 나무가 된다.
은행동에서 일어난 바람이
술래가 되어
나를 찾으러 왔다가
내쉬는 내 숨결에
초록빛이 떠돌아
두리번대다 돌아갔다.
보문산 녹음은 너무 커서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다.
산새소리 한 모금에도
귀를 열 줄 아는 사람은
산그늘 속에 녹아 모두 녹음이 된다.
2008. 5. 23
『e-백문학』3호(2020년)
글
고개
장승은
사람 목소리가 그리워
고개 아래쪽으로 몸을 굽히고 있다.
터널이 뚫린 뒤로
인적 끊긴 성황당 고갯마루….
돌탑에 담겨있던 소망들은
장마 비에 씻기고,
들리지 않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
성황나무는 귀가 다 달았다.
야위어가는 길 따라
추억이여
너도 돌탑처럼 무너져 풀숲에 묻히겠지.
2008. 5.16
글
산사(山寺)
보리수나무 아래 여승이 하나
번뇌의 열매를 줍고 있다.
반쯤 열린
법당 문 사이로
만수향 향내 절마당을 덮으면
염불로 닦여지는 보리수 열매
번뇌의 때
한 겹씩 벗겨지고
탑은 함성으로 일어서고
여승의 얼굴
구름 걷힌 자리
햇살 가루 내어 뿌리듯
반짝이는
입가의 미소
2008. 4.30
글
만우절
엄 기 창
내가 둔산여고에 와서 1개월이 넘었지만 영 적응이 안 되는 것이 있다. 조회시간 수업시간 가리지 않고 아이들에게서 눈만 떼면 와글와글 떠드는 것이다. 출근 첫 날 급식 실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나는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갑자기 여학생의 뾰족한 비명성이 들리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별 것도 아닌 일이었다. 친구 하나가 갑자기 뒤에서 껴안았다고 그렇게나 크게 비명을 지르다니. 그 뒤에도 여기저기에서 비명과 고함이 터져 나오고 웃고 떠들고 서로 때리고. 마치 비오는 날 무논에서 개구리들이 악을 쓰고 울어대는 것 같았다. 나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 지 입 으로 들어가는 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점심식사를 하고 나왔다.
그러나 교실에서만은 모두 요조숙녀 같이 정숙해서 흐뭇해 하기는 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조것들이 나하고 처음이니까 저렇지 언제까지 조용할까 하고. 아니나 다를까. 1주일이 지난 뒤부터 자습시간 수업시간 가리지 않고 못 말리게 떠들어댄다. 아무리 생각해도 걱정이 된다. “조용히 해” 이 말이 완전히 내 입에 붙어 버릴까봐.
세월은 소리 없이 달려 만우절이 왔다. 아이들의 만우절 장난이 심하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동료 선생님들에게 이미 들었기 때문에 나는 아침부터 긴장하였다. 바보같이 속아서 웃음거리가 되지 말아야지. 아무리 그럴듯한 거짓말이라도 절대 속지 말아야지.
4교시 문학시간에 10반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흠칫 하였다. 아이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자고 있었다. ‘요놈들 봐라 내가 질 줄 알고’ 나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속으로는 ‘같이 자지 뭐’ 하는 생각으로 배짱을 부려보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반응이 없자 한 놈이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어라! 그런데 고놈은 11반 우리 반 학생이었다. “야 임마”. 내가 소리를 지르니까 고개를 숙이고 자는 척 하던 놈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까르르 웃었다. 모두 우리 반 놈들이었다. 이것들이 단체로 마실 왔나? 나는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지만 같이 놀아주면 큰일이 날 것 같아 정색을 한 얼굴로 혼을 내고 아이들을 다시 원위치 시키고 수업을 하였다.
점심을 먹고 다시 우리 반 수업이라 교실에 들어갔다. 평소보다 교실이 환해져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 울타리의 개나리꽃 몇 줄기를 꺾어 조금씩 나누어서 오른 쪽 머리에 꽂고 있었다. 깜찍하고 예쁘기는 했다. 그러나 그냥 놔두면 교정의 꽃을 꺾어 머리에 꽂는 것이 유행이 될 것 같아서 속마음을 감추고 소리를 크게 질러 혼을 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자식들, 꽃을 머리에 꽂아놓으니 꽃만 돋보이잖아…….
12반 놈들은 한술 더 떠서 능청스럽기가 말할 수 없었다. 아이들 반수 이상이 교재로 쓰는 프린트가 없어 뭔가 의심스럽다고 하니까 반장 놈이 정말 정직한 얼굴로 “선생님 저 못 믿으세요? 정말 아니예요.” 하길래 믿기로 했다. 그랬더니 수업 중간에 한 놈이 아파 양호실에 간다고 했다. 허락을 했더니 갑자기 복도가 시끄러워졌다. 고놈이 나가다가 복도에 쓰러져 버린 거였다. 예상했던 장난이지만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수업 받던 아이들이 와르르 몰려들고 한 놈이 나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 빨리 업고 양호실 가셔야죠.” 나는 눈치 채고 “네가 업어라 임마” 하고 교실로 들어왔다. 교탁 앞에 서니 한 놈씩 겉옷을 벗었다. 그런데 벗는 놈마다 노란 명찰이었다. 1학년 놈들하고 반반씩 바꾸어 앉은 거였다. 나는 하도 기가 막혀서 소리를 지를까 하다가 ‘에구, 조것들 얼마나 애교 있는 장난이냐! 참자, 참아.’ 하고 마음을 가라앉혔다.
또 14반에 들어갔더니 인사 끝나자 마자
"선생님, 바지 좀 내려주세요."
천연덕 스럽게 말하고 다른 놈들은 까르르 웃었다. 무슨 성희롱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웬 뚱단지 같은 소리람. 남자 선생님이 여학생 성희롱했단 소리는 들었어도 여학생이 남자 선생 성희롱했다는 소리는 아직 못 들었다. 황당해서 얼굴이 빨개졌나보다. 또 모두 소리를 모아
"빨개졌대요. 빨개졌대요"
합창들을 한다. 정신이 없는 중에서도 아이들 눈길을 보니 모두 칠판 위를 향하였다. 올려다보니 꾀죄죄한 체육복 바지가 하나 얹혀 있었다. 아하! 저거 내려달란 소리였어? 음흉한 놈들.
"알았어. 내려 줄께."
못 본 척 하고 지퍼로 손이 가니 모두 눈을 가리고 비명을 지른다. 자식들이 까불고 있어. 어쨌든 하루 종일 무언가 일어날까봐 불안하게 보낸 하루였다. 남학교에만 근무하던 나에겐 참으로 지랄맞고 황당한 하루였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너무도 아이들 장난에 박자를 맞춰주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고 후회도 된다. 얼마나 애교 있는 장난인가. 조런 것들이 여학교에 근무하는 재미가 아닐까. 수업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해치는 일이 있으면 무조건 싫기만 하니 나도 천상 옛날 선생인가보다. 며칠 전 식당에서 1학년 학생 한 놈이 “선생님, 선생님, SS501 멋지죠? 좋아하시죠?” 하고 물었을 때 “그거 먹는 음식 이름이냐?”하고 애들을 웃긴 일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그런 그룹이 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을 만큼 애들 세대의 일에 무심하였다. 새 시대 새 아이들에 맞는 좋은 선생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마저도 아이들과 공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닐까? 가장 아이들 같은 마음을 가진 가장 어른다운 교사. 지금은 그런 교사가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지금도 후회되는 게 하나 있다. 애들이 놀라게 했을 때 좀 더 놀라줄걸…….
『한밭수필』제9호(2017)
글
落花 紀行
섬진강변 매화마을에
매화꽃이 반쯤 져서
진 꽃만큼
시든 바람에
한숨처럼 묻혀 간 봄
제 눈물에
젖은 가랑비
울음 모아 흐르는 강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