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새벽

잠 못 드는 새벽

 

 

사십 년 삶의 그림자에

손 흔들고 돌아설 때에

모든 것 다 놓고 온 줄 알았네.

 

새벽에

문득 잠 깨어

열린 창으로 비치는 달을 보니

 

웃음 해맑은 아이들

얼굴 따라와 있네.

바람소리인가, 아이들 목소리도 들리네.

 

다시 잠을 청해도

까르르 까르르

어두운 방 안 가득 피어나는 꽃들

 

손바닥 맞은 놈들

손 다 나았을까,

무슨 욕심으로 마지막까지 그리 때렸을꼬!

 

잠 못 드는 새벽에

다시 헤아려보니

다 버리고 온 줄 알았는데

실은 하나도 버리지 못했구나.

 

 

201495

'대전문학' 66호(2014년 겨울호)

posted by 청라

폐지 노인 - 시장 풍경4

시조 2014. 8. 16. 09:32

폐지 노인

                - 시장 풍경4

 

굽은 허리 웅크린 채

쩔쩔매는 저 할머니,

 

수퍼 집 박스 하나

몰래 훔쳐 실었다고

 

손수레 엎어진 채로

노인 하나 혼나고 있다.

 

 

아들은 누워있고

며느리는 도망가고

 

어린 손자 연필 값에

손이 절로 움직여서

 

백 원 쯤 박스 하나로

만 원어치는 혼나고 있다.

 

 

2014816

posted by 청라

춤바위

시/제3시집-춤바위 2014. 7. 25. 10:13

춤바위

 

나는

영혼의 샘물처럼

맑은 시구 하나 찾아

헤매는 심마니

 

아무리 험한 골짜기라도

시의 실뿌리 한 올

묻혀 있다면 찾아갑니다.

 

칡넝쿨 아래 숨은 절터를 찾고

춤바위에 올라

흥겹게 춤추었던 자장율사처럼

 

반짝이는 한 파람

가슴을 울리는 노래에도

춤바위에 올라가 춤추는 학이 되겠습니다.

 

평생을 써도 다 못 쓸

산삼밭을 만난다면

끝없이 춤추다가 돌이 되겠습니다.

posted by 청라

스타킹

시/제3시집-춤바위 2014. 6. 27. 21:28

스타킹

 

 

은밀한 바위 틈

뱀이 벗어놓은

긴 허물 하나,

 

올해는

오는 걸 잊었는가!

밤이면 별빛 새는

꾀꼬리 집에

 

발 벗어 못 오면

신고 오라는

별빛 뽑아 짜놓은

스타킹 하나.

 

2014. 6. 27

posted by 청라

시/제3시집-춤바위 2014. 6. 10. 20:18

 

걷다 보면 길은

언젠가 끝나기 마련이네.

 

돌아보면 나의 길은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었어.

 

예쁜 꽃들이 언제나

건강하게 웃어주었고

 

상큼한 바람들이

내가 뿌려주는 물 더 촉촉하게 적셔 주었지.

 

씨 뿌리고 거름 주는 일

신나는 일이었네.

 

나무들이 자라서 숲을 이루고

어두운 세상

한 등 한 등 밝히는 일 신나는 일이었네.

 

내 길이 끝나는 곳에 솔뫼가 있고

솔 꽃들아!

너희들의 향기 속에서 닻을 내리니 행복하구나.

 

다시 태어나도 나는

이 길을 걷고 싶네.

 

때로는 바람 불고 눈보라도 날렸지만

이 길은 내게 천상의 길이었네.

 

2014. 5. 22

  

posted by 청라

생명의 선

시/제3시집-춤바위 2014. 5. 27. 18:59

생명의 선

 

 

고속도로에서

신나게 달리는 콧노래 속으로

잠자리 한 마리 날아든다.

 

저리가저리가저리가저리가저리가저리가저리가저리가

 

내 비명에 부딪혀 추락하는

작은 몸뚱아리

 

도망가도 도망가도

유리창에 붙어 따라오는

잠자리의 단말마

 

유월의 초록빛 산하가

피에 젖는다.

내가 끊어놓은 생명의 선이

바람도 없는데 위잉 위잉 울고 있다.

 

 

2014. 5. 27

posted by 청라

사랑싸움

시/제3시집-춤바위 2014. 5. 20. 23:02

사랑싸움

 

 

사랑싸움에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더 많이 진다.

 

아내와의 싸움엔

내가 늘 진다.

 

싸움도 꽃이라면

우리 화원엔

지는 꽃 빛깔이 더 찬란하다.

 

 

2014. 5. 20

posted by 청라

심청이 연꽃으로 피어오르듯

시/제3시집-춤바위 2014. 4. 19. 08:54

심청이 연꽃으로 피어오르듯

 

 

심청이 인당수에서

꽃으로 지듯

세월호에 갇힌 넋들 꽃비 오듯 지던 날은

 

심 봉사 온몸으로 울던

몸부림처럼

바다도 하루 종일 웅얼거렸다.

 

소금보다 짠 사람들의 눈물을 모아

자다가 소스라쳐 울부짖는

애비 에미의 아픔을 모아

용왕님께 빈다면

 

심청이

연꽃으로 피어오르듯

한 송이씩 해말간 얼굴들

“엄마” 부르며 피어나서

 

진도 옆 온 바다가

온통 연꽃으로 물들어 출렁였으면 좋겠네.

 

오늘 아침  대한 사람들 모두

심 봉사 눈 번쩍 뜨고

손뼉 치며 일어나듯

 

“와!!!!!!!”

하는 함성으로 강산이 무너졌으면 좋겠네.

 

 

2014. 4. 18

posted by 청라

세월 속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14. 4. 17. 13:04

 

세월 속에서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세월 가는 걸

잊다가

 

내 신발 신발장 밖으로

밀려나는 줄도 몰랐네.

 

 

2014. 4. 17

posted by 청라

독도

시낭송 2014. 4. 16. 14:21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