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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869건
- 2014.12.10 징검다리
- 2014.11.29 운동화 2
- 2014.11.26 낙화2
- 2014.11.08 속울음으로 곡을 하다-엄기환 화백의 죽음을 슬퍼하며
- 2014.11.02 퇴임退任 이후
- 2014.10.24 낮달
- 2014.10.24 아우성
- 2014.10.14 주름살 - 시장 풍경 3
- 2014.10.13 맹방 앞바다에서
- 2014.09.28 돝섬
글
징검다리
큰물 지고나면 앞니 빠진 개구쟁이 되어 계집애들 울리던 학교 길 징검다리
건너뛸 수 있는데도 물에 첨벙 빠진 후에 새침떼기 복자에게 살며시 다가가서 등 살짝 내밀며는 능금모양 낯붉히고 엎혀오던 징검다리
오십 년 후딱 지났어도 그 자리에 서면 금방 핀 풀꽃처럼 언제나 싱싱한 설렘이여!
2014. 12. 9
글
운동화
소 뜯기러 뒷산에 갔다 놀란 소 때문에 새신 찢어먹고
가슴이 콩닥콩닥 얼굴은 화끈화끈 쇠줄 집어던지고 산등성이 왔다 갔다
죄없는 등걸 발길로 차며 벼락같이 소리도 지르다가 해 다 기울도록 산 못
내려오는데, 마중 나온 아버지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댓돌에 운동화 한 쌍, 눈물 왈칵 쏟게 하던 아침 등굣길.
2014. 11. 29
글
낙화2
아름답게
이별하고 있다.
진종일 지는 벚꽃잎들은
찰나를 불태우고서
바람에 날개 달아
가볍게 날아 떠나는
저 분분한
이별
이별......
2014. 11. 26
글
글
퇴임退任 이후
한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삶으로 건너가기는
이웃마을 마실가듯
편한 일은 아니다.
익숙한 옷들을 벗고
눈발 아래 서는 일이다.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밤으로만 비틀거리며
지난 세월 실을 뽑아
새 날의 그물을 짜며
또 한 발
못 가본 바다에
생生의 기旗를 세운다.
2014. 11. 2
글
낮달
가을비가 씻어놓은
아가의 뽀얀 볼에
엄마가 일 나가면서
뽀뽀뽀 하고 갔는가,
잠든 채
찍어놓다가
일그러진 입술 자국.
햇살이 눈부셔도
방긋 웃는 아가 얼굴
초록별 이야기를
가슴 가득 품고 있네.
비단강
노를 저어서
어디 멀리 가고 있나.
2014. 10. 24
글
아우성
늦가을 아침
산의 속살 더 정결하게 드러난다.
긴 여름 들끓던 폭염
가둬 키운 단풍 한 잎
마지막
못다 한 사랑
펄럭이는 아우성
2014. 10. 24
글
주름살 - 시장 풍경3
호박잎 두어 묶음 마늘 감자 서너 무더기
서둘러 달려가는 찬바람의 뒤꿈치에
할머니 얼굴에 파인 장마 뒤의 깊은 계곡 2014, 10. 13 |
글
맹방 앞바다에서
때로는 삶의 조각들 헝크러진 채
그냥 던져두고
입가에 미소 번지듯 가을이 물들어가는
산맥을 가로질러 와
대양과 마주 설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있는 힘껏 키워 돌진하는
저 바다의 거대한 남성
수만 번 부딪쳐 피워내는 파도 위의 포말
예순네 살 침묵하던 나의 젊음이
용틀임하며 끓어오르는 힘줄을 보았다.
맹방 백사장에서 술에 취해
바다를 향해 오줌을 갈기면
천 년의 수로부인도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는 희미한 달빛
밤내 아우성치는 원시의
바람을 모아
한 송이 해당화를 피워놓았다,
2014, 10, 13
<대전문학>67호(2015년 봄호)
『시문학』598호(2021년 5월호)
글
돝섬
황금 돼지 끌어앉고
복을 빌지 말자.
돝섬은
복을 받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가진 것 버리고 버려
마침내 피부 속에 낀 녹까지 다 닦아내고
남쪽 산기슭
대양으로 가는 길목에
허허한 바위가 되기 위해 오는 곳이다.
머리 위에 갈매기
리본처럼 얹은 채로
섬에 뿌리 내리고
자연으로 숨쉬다가 가는 곳이다.
2014, 9. 28
"대전문학' 66호(201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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