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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찔레꽃
삘기, 찔레 꺾어먹다
소쩍새 소리에 허기져서
삶은 보리쌀 소쿠리에서 반 수저씩 훔쳐 먹다, 에라 모르겠다 밥보자기
치워놓고 밥주걱을 가져다가 열댓 번 퍼먹으니 밥 소쿠리 다 비었네.
서녘 산 산 그림자 성큼성큼 내려올 때 일 나갔던 아버지 무서워 덤불 뒤에 숨어 보던
창백한 낮달 같은 내 얼굴, 하얀 찔레꽃…….
2012. 3. 1
글
까치밥
설익은 그리움이
하늘 끝에 매달려서
저녁놀 익은 빛을
한 올 두 올 빨아들여
외로운
감나무 가지
홍등으로 밝혔다.
울다가 목 쉰 까치
한 입씩 쪼아 먹고
영 너머로 마음 떠나
빈 껍질만 남아있는
까치밥
마른 살점에
겨울바람 휘돈다.
2012. 2, 29
글
가교리
남가섭암 목탁소리 아침을 열고 있다.
철승산 솔바람에 향기처럼 번져 나가
불심이 깃든 집마다 어둠을 씻어내고 있다.
살구꽃 몇 송이로 근심을 지운 마을
대문 여는 아낙마다 햇살같이 환한 얼굴
눈빛에 보내는 웃음 된장처럼 구수한 정.
마곡천 수태극이 마을을 안고 돌아
흰 구름 한 조각에 무릉武陵보다 신비롭다.
건너뜸 다복솔 숲에 구구새 울음 날린다.
2012. 2. 23
글
부처님 미소
조금씩 조금씩 번지다가
온 얼굴
가득한 자비慈悲
닮을 수가 없다.
마곡사 범종소리로
욕심을 씻고
탑을 돌면서 마음을 비워 봐도.
이순耳順을 지나면서
내 마음의 갈대밭에 연꽃을 피워보려는
평생의 꿈을 버렸다.
어느 날 아침 세수를 하다가
문득 거울 속에
비친
조금씩 조금씩 번지다가
온 얼굴
가득한 평화平和.
2012. 2. 20
보호글
봄날에 기다리다
2012. 2. 5.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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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붉은 산
된서리 쏟아진 아침
시루봉 정상頂上에
몇 잎 붉은 물 번지더니
무심히 방관傍觀하는 사이
온 산이 불타듯
단풍으로 점령占領되어 버렸다.
초록의 살밑에 초록인 듯
초록인 듯
한여름 숨어 살다가
때로는 초록보다 더 진한
진초록으로 위장僞裝하고 있다가
칼바람 하나 입에 물고
순식간에 온 산을 지배支配하는
빛의 반란反亂!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
단풍에 취해 넋을 잃고 살다 보면
겨울이 온다는 것을,
혹독酷毒한 눈보라가
온 산을 뒤덮는다는 것을.
2012. 1. 28
글
마티고개
속이 뻥 뚤려
시원하지?
물으면
버려진 길 더 야윈 고갯마루
목 길-어진
느티나무 꼭대기에
한사코 매달린 늦가을
저
기다림 하나…….
2011. 11. 10
글
永平寺
엄 기 창
바라밀경 한 소절이
구절초로 눈을 틔워
목탁木鐸 소리 한 울림에
한 송이씩 꽃을 피워
장군산
골짜기 가득
퍼져가는 저 범창梵唱 소리
2011. 10. 12
글
교사의 푸념
아침에 교문을 들어설 때에
“안녕하세요?”
인사 한 마디에 꽃등처럼 환해지는
하루의 예감
아이들 웃음을 마시며 사는
나의 예순은
아버지의 예순보다 이십 년은 아름답다.
어느 화단에 가면
우리 아이들보다
더 빛나는 꽃이 있으랴.
“이놈들!”
소리를 벼락같이 지르며 위엄을 부려 봐도
까르르 웃는 아이들 웃음에
결국은 허물어지는 내 안의 성城
울타리 밖에 빙벽을 철판처럼 세우고도
가슴 속엔 불꽃을 심어 키우며
“선생님, 아파요.”
얼굴만 찡그려도 가슴이 덜컥하는
나는 천생 선생인가보다.
2011. 9. 2
글
소나기
당신이 왔다 가니 도심都心이 맑아졌네.
시루봉 산정山頂이 이웃처럼 가깝구나.
번개로 찢어버리고 다시 빚은 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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