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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들꽃
나 들꽃이라 무시하지 마라.
못난 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다 외면할 때도
나는
거친 땅에서 싹을 틔워
어두운 들을 밝힐 꽃대를 세운다.
폭풍이 불어
모든 꽃들 다 누워 일어서지 못할 때도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
불의不義에 맞서
고개를 꼿꼿이 들고 일어선다.
밟을수록
더욱 끈질기게 일어나
꺾여진 옆구리에서 꽃을 피운다.
꽃을 피워
어두운 세상 환하게 덮는다.
2020. 4. 19
『문학사랑』132호(2020년 여름호)
글
강가에서
저 물 흐르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더 자연스럽게
막히면 돌아가고
둑이 있으면
채우고 또 채워 넘어가는
강가에 서 있으면
세상 살아가는 바른 도리가
보일 듯도 하다.
작은 미움에도 갈기를 세워
분노의 물거품 일으키며
때로는 폭포로 떨어지던
산골 물소리 같은 젊음을 흘려보내고
이제는 하늘도 산도 가슴에 품고
아, 작은 잠자리 그림자
풀꽃들의 향기도 품으며
바람이 속삭이다 가는
시간의 어느 굽이를
어쩌다 이만큼 흘러왔는가.
바다가 보이는 삶의 하류에서
미운 것도 예쁜 것도 섞여서 잔잔해지는
깨어지지 않을 평화를 보았네.
2020. 4. 17
『대전문학』88호(2020년 여름호)
글
전화 한 통
일없이 뒤숭숭해
지는 꽃 바라보네.
적막에 갇혀 살며
시들시들 야위다가
만나잔
전화 한 통에
다시 활짝 피는 봄날
2020. 4. 9
글
꽃
향기 있는 사람끼리
마음 비비며
저런 빛깔로
사랑했으면 좋겠네.
피어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지는
저런 말씀으로
살았으면 좋겠네.
2020. 4. 8
글
백마강 물새 울음
백마강 물새들은 아직도
백제 말로 운다.
뿌리를 잊지 않으려고 궁궐터에 가서
연화문蓮花紋 기와를 쪼며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백마강으로 와서
고란사 종소리와 화답和答한다.
백마강 물새 울음엔
피를 통해 전해지는
향기 같은 게 있다.
하오下午의 물그림자가 담고 있는
풀꽃들의 춤
듣고 있으면 어깨부터 출렁이는
신기神氣 같은 게 있다.
2020. 4. 8
『시와 정신』72호(2020년 여름호)
글
고승高僧
밤 새워 독경讀經해도
멍울처럼 안 풀리는
목탁木鐸을 만 번 쳐도
바람인 듯
안 보이는
참 도道는
남의 아픔에
손을 잡아 주는 것
2020. 4. 2
글
어머니 목소리
매화마름
꽃다지꽃
고향의 손짓이다.
놀기 팔려 헤매노라
때 거르는 아들 걱정
해거름
목청 높이던
어머니
목소리다.
2020. 3. 23
글
반쯤 핀 동백 같이
문덕수 선생님을 보내드리며
웃다가
잠깐 흔들리다가
반쯤 핀 동백 같이
사진 속에 있네.
당신의 생애는 햇빛 달빛에
익을수록
신화가 되어 가는데
이승의 것들은
이승의 마을에 남겨둔 채
훌훌 턴 바람처럼
웃고 있네.
마중 나온 봄 향기에도
눈물 나는데
반쯤 핀 동백 같이 웃고 있네.
2020. 3. 16
『시문학』586호(2020년 5월호)
글
난꽃
당신이 두고 떠난 화분을
치우려는데
밤사이 망울 틔운
햇살 같은 웃음 한 송이
정말로
미안하다고
마음으로 전하는 말
2020. 3. 1
글
코로나에 갇힌 봄
비둘기 콕콕콕콕 유리창 두드린다.
매화 봉오리에 봄물이 오르는데
방문을 닫아걸고서 하루 종일 뭘 하냐고
시詩를 읽어봐야 바람 든 무맛이다.
태엽 풀린 시계처럼 하루는 늘어지고
봄날은 코로나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네.
피하고 도망만 가면 꽃피는 봄 못 보리라.
떨치고 일어서서 절망을 이겨내세.
나라가 어려울수록 혼자 살려 하지 말자.
2020.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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